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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

LA 한인타운

by 나잘살고있니? 2022. 7. 18.

요즘 한인타운은 온 동네가 공사중인듯 하다. 곳곳마다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되고 있고 새로운 아파트나 상가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 한 정비소에 다녀왔는데, 30년이 넘은 가게를 닫는다는 걸 듣게 되었다. 또 한 지역 한인신문에는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용궁"이라는 중식당이 신축 대상이 돼서 곧 건물이 헐린다는 소식이 실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정말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한인타운 아파트 월세가 높은 편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높아질 것 같다.

 

처음 LA에 왔을 때는 80-90년대 풍의 한인타운을 보고 적지 않게 실망을 했었는데, 막상 그런 한인타운만의 날것의 모습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멋진 상가건물에 미국 현지인들이 놀러와서 한국의 음식과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도 매우 좋은 일이지만, 어느새인가 한인타운의 역할이 그저 K-컬쳐 쇼윈도로 퇴색된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실제로 바로 근처에 있는 리틀 도쿄나 차이나타운에 가보면 교민들의 삶의 흔적은 찾기 어렵고, 현지인들의 문화소비만 남은 걸 볼 수 있다.

 

물론 한인회라던가, 총영사관 같은 주요 기관들이 아직 한인타운에 있는 만큼, 한인타운의 중요성은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인타운만의 문화가 보존되고 융성되었으면 좋겠다. 정기적인 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깨끗한 거리와 안전한 공원만 조성해줘도 한인들끼리 교류가 더 원활지고 삶의 질이 높아질텐데. 생각해보니, 타코 트럭은 거리마다 있는데, 포장마차 같은 한식 푸드트럭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바라자니, 그냥 한국 한 번 더 방문하는게 더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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