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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

어느 미국대학 교직원의 일기

by 나잘살고있니? 2022. 7. 28.

미국에 거주한지 약 13년 만에 순도 100% 미국 직장에 취직했다.

아르바이트로 미국 유치원에서도 일해보고, 창문 납품업체에서도 일해봤지만, 그동안 나의 풀타임 직장은 계속 한국인 사업체 또는 기관이었다. 그래서 이번 직장이 FANG 같은 미국의 거대 IT기업 같은 곳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크나 큰 성취였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들을 하루 하루 조금씩이나마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주 월요일 아침, 오리엔테이션으로 새 직장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줌 화상 프레젠테이션이였는데, 나뿐만 아니라 대학 내 다른 부서들에 새로 고용된 직원들 약 70여명이 참석을 했다. 처음엔 대학의 미션, 비전, 가치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대학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 6가지 (excellence, integrity, diversity...등등) 중에 어떤게 가장 중요한지 물어보는 투표 시간을 갖고 왜 그런지 토의를 했는데, '다양성 존중'이 많은 신입사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피부 색깔에 상관없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게 왜 중요한지, 저마다 자기 의견을 열정적으로 내놓았다. 사실 이 오리엔테이션과 별개로 신입사원들은 출근 1개월 이내로  <사내 에티켓> 온라인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그 내용 중 큰 부분이 다양성 존중이다. 그만큼 요즘은 회사 내에서, 조직 내에서 다양성이 정말 큰 화두인 것 같고, 신입사원들도 그걸 기대하는 것 같았다. 사실 필자는 <사내 에티켓> 강의를 듣고 한가지 배우며 놀란 것이 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을 배려하는게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고령의 직원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그걸 막거나, 다른 직원에게 그 작업을 위임하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요즘 미국 사회의 정서 또는 감수성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을 했고,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첫시간이 끝나고, 그 다음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한 심리상담사가 화면에 등장을 했다. 콧수염을 기르고있으면서도 외모가 아주 멀끔한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심리상담사. 그는 새 직장에 적응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아주 고된 작업이라고 설명하면서, 언제든지 교내 심리상담 세미나에 조인하라고 독려했다. 각 부서 부장들한테는 미리 얘기를 해놓았으니, 일하는 시간에라도, 언제든지 세미나 참석이 가능하고, 다른 동기 사원들과 같이 그룹을 만들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새로 들어간 부서에 부조리나 적응하기 힘든 문화가 있다면 언제든지 보고해도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이쯤부터는 거의 신입사원이 아니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이 조직은 직원들을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인들이 다수인 조직들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던 나로써는, 이런 배려는 좀 적응이 안 됐다. 물론 그 심리상담사가 얘기하는 세미나에 몇명이나 자기 업무 내팽기치고 가겠냐는 생각도들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이렇게 직원들을 온실 안에서 다루듯 하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생각이 아주 살짝 들었다. 물론 나는 그런 혜택을 받고 있으니 너무 감사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사기업이 아니고, 학교라서 이런 분위기일수도 있지만.

 

나머지 시간은 건강보험 및 기타 베네핏에 대해 설명해주고 오리엔테이션은 그렇게 끝났다. 오랜만에 정말 많은 미국인들을 한곳에서 보는 이 압도감...그러면서도 재밌었던 경험...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어떨지 궁금하다.

 

오늘의 take away:

1. 교직원의 오리엔테이션은 학생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2. 말조심, 행동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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